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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won.u - EP "Spotting"

[ 앨범 소개 ]

‘괜찮아, 포기하면 편해.’ 달콤한 유혹이다. 열심히만 살아가기에는 너무 힘든 세상인지도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의 불안은 ‘언제까지 열심히 살아야 하는가.

혹은 언제가 되면 불안한 생활을 청산하고 안정적인 삶으로 접어들게 되는가.’에서 오는 것 같다.

영국에서는 ‘포기하고 편해진 사람들’을 부르는 말이 따로 있다.

‘트레인 스포터’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기차역에 죽치고 앉아서 들어오는 기차의 번호를 노트에 적는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은 아무런 의미 없는 일이지만 중요한 일인 것처럼 기차 번호를 적으며 현실에서 벗어나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주목받는 사람들은 아주 적은 숫자이지만 확실하게 눈에 띄기 마련이다.

노력을 많이 해서, 운이 좋아서, 혹은 천재적인 발상을 떠올려서 그들은 성공을 이어 나가고 있다.

‘그런데 나는?’

‘어쨌든 이제는 완벽하게 할 수 없으니 포기해버릴까.’

‘그래, 세상에는 재밌는 것들이 많고, 시간을 죽이기는 쉽고 아주 편하지.’

열심히 살 동력이 떨어지고 나면 쉽게 드는 생각일 것이다.

gwon.u의 EP앨범 [Spotting]은 꿈은 그냥 꿈인 채로 남겨두는 낭만, 해야 할 일을 미뤄 놓고 눈 앞의 재미를 쫓는 일상의 연속을 이야기한다.

아직 제대로 꿈에 도전한 적은 없으니 실패한 적도 없는 삶은 멋지다. 언제나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늦잠을 자고 저녁 즈음 일어나 스스로를 한심하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밤공기에 담배 한 개피는 너무 달다.

설레는 새벽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낮에 해야 할 일들이 딱히 있지도 않을 뿐더러, ‘나는 원래 야행성이야.’하는 합리화도 해본다.

침대에 누워 보는 핸드폰 안 SNS 속에는 정말 멋진 사람들이 많다. 고민도 없을 것 같다.

그 사람들은 어느 정도의 노력으로 큰 성취를 얻어, 저렇게 행복을 누리면서 사는 것처럼 보인다.

‘그 비결이 뭘까?’ 어떻게 했는지 메시지라도 보내 물어보고 싶다.

사실은, 나도 행복해지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알고 있다.

어려우니까 내일부터, 그냥 일단 좀 쉬자.

새벽 메이트는 항상 준비되어 있다. 너무 자주 보기 때문에 할 이야기도 없는 친구.

반대로 이야기하면 밥만 먹고 같이 걷기만 해도 재밌는 친구다.

이렇게 하루를 낭비하는 일은 재미가 있다.

얘도 나와 비슷하기 때문에 아직은 괜찮다고 안심이 된다.

만나면 안심이 되는 친구, 정말 좋은 친구다.

재밌게 놀고 돌아오는 길은 씁쓸하다.

분명히 재미있었는데 아쉽고, 공허하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이렇게 반복되겠지. 별 생각은 없다.

조금씩 꿈은 멀어지고 있지만 괜찮다.

그래도 나는 적어도 꿈이 있으니까.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나는 꿈을 꾸는 사람이다.

이상하다. 이제 ‘트레인 스포터’들을 마냥 비웃을 수만은 없다.

쓸데없는 일에 몰두하며 시간을 죽이는, 그들의 행복은 무사히 하루가 지났다는 안도감일지도 모르겠다.

세상은 빠르게 변해가고, 나는 그 빠른 세상에 뒤쳐질 뿐이다.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 그 ‘싱싱한 죄책감’을 떠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정말 순수하지 않은가.

사실, 있는 그대로도 괜찮은데 말이다.

글_김대담


[ Track List ]

1. 늦잠 / Overslept

2. 휴일씨 / To Holiday

3. ㄷㅅㅎㅅ / Worn Out

4. 아득히 / Spotting


[ 가사 ]

- 늦잠 -

해가 지고 일어나서

낮이 더운지 몰랐어

침대와 이불 사이에 껴서

알람도 못들은거야

어깰 접고 벽을 보고 누워서

볼에 패인 선명한 선

거울 속에 내 눈을 피해도

마주칠 수밖에 없어

랄라라라 랄랄랄라

너의 그 눈빛도

랄라라라 랄랄랄라

보는 게 힘들어

부끄러운 나를 들킨 것 같아

근데 혼자는 싫어

랄라라라 랄랄랄라

정말 혼자는 싫어

어디라도 나가 볼까

근데 갈 곳이 없네

이리저리 혼자 다녀보니

더는 새로울 게 없어

누가 나를 꺼내줬더라면

괜찮았을 거란 맘이

새벽에든 작은 생각처럼

눈을 가려도 맴도네

랄라라라 랄랄랄라

잠시 날 찾을 거란

랄라라라 랄랄랄라

희망을 품었지만

못 만나면 정말 힘들 것 같아

이젠 혼자는 싫어

랄라라라 랄랄랄라

정말 혼자는 싫어


- 휴일씨 -

사랑하는 사람의 귓속말이라면

어떤 얘기도 활짝 열려있다고

그렇게 믿었던 나의 작은 맘이

깎여 닳아 부서지도록 몰랐죠

내가 만든 세상이 맘 같지 않아

이젠 신물이 나서 다시할래도

맘처럼 따라 주질 않는 세상이

셋 세면 이뤄질 수 있게 해줘요

정말 신기해요 싸인은 됐어요

어떻게 거기에 떡하니 앉아서

정말 궁금해요 악수도 됐어요

어떻게 한 건지 알려줘요

그의 비싼 신발, 그의 머리 스타일

그녀의 보라색 브이넥 니트 전불

한꺼번에 입고 있는 내 기분이

당신에게 물어보라 시켰어요

정말 신기해요 싸인은 됐어요

어떻게 거기에 떡하니 앉아

정말 궁금해요. 악수도 됐어요

어떻게 했는지 나만 알려줘요

정말 신기해요 싸인은 됐어요

어떻게 거기에 떡하니 앉아서

정말 궁금해요. 악수도 됐어요

난 내 전부를 걸었어요.


- ㄷㅅㅎㅅ -

맘에 드는 친구를 만나

사람이 없는 곳에 갈 거야

아무런 곳에 털썩 앉아

집에서 싸 온 노랠 틀 거야

입술에 남은 온길 담아

어제의 나를 조립할 거야

길에서 사는 고양이를 담아

세상의 질툴 다 받을 거야

다라다다 닳아 버린

사라사사 사랑 얘기

하라하하 할아버지

사라사사 산에 살지

추억을 이별 노래 삼아

오늘을 마저 허비할 거야

아무 곳도 안 닿겠지만

가장 먼 곳을 바라볼 거야

풋 일로 벌은 돈을 모아

친구의 배를 불려줄 거야

하고 싶은 건 많이 있지만

아등바등 살진 않을 거야

다라다다 닳아 버린

사라사사 사랑 얘기

하라하하 할아버지

사라사사 산에 살지


- 아득히 -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잘 지내고 있는지 모르겠어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난 할 일도 할 일도 안 하는데

일 인분이 안 되는 점심에도

난 소화를 소화를 못시키네

별 탈 없이 잘 지내는 사람이 부러워

나와 아득히 아득히 멀어지네

한땐 나도 바빴는데

생각 없이 지냈는데

이젠 그게 꿈만 같아

눈앞에 현실이 쓰네

9시부터 6시까지

난 집에서 집에서 누워있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난 여전히 여전히 노는 게 좋네

속절없이 화창한 밖을 보며

외로워할 수조차 없이 사는

아무 능력 없는 난 준비한 게 없어

까마득히 아득히 멀어졌네

한땐 나도 바빴는데

생각 없이 지냈는데

이젠 그게 꿈만 같아


[CREDITS]

All Music by gwon.u

1. 늦잠

오권호 - acoustic guitar, percussions, programming

김민기 - percussions

이재학 - bass

2. 휴일씨

오권호 - acoustic guitar

김민기 - drum, percussions

이재학 - bass

신효정 - electric guitar

3. ㄷㅅㅎㅅ

오권호 - acoustic guitar

김민기 - drum, percussions

이재학 - bass

신효정 - electric guitar, background vocal

4. 아득히

오권호 - ukulele

김민기 - drum

이재학 - bass, programming

신효정 - electric guitar

Produced by gwon.u

Recorded at 민기집, 권호방, 효정이네

Mixed by 이재학

Mastered by 신재민 @Philo’s Planet

Description by 김대담

Album Artwork by たなかみさき(MisakiTan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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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23.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