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5곡이 포함된 EP를 발매하려 했다. 그렇게 작년 10월, 데모를 녹음하고 편곡에 들어가려던 와중 ‘파이트 클럽 4번’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길거리에서 봉변당해 전치 8주의 턱관절 부상을 당했고, 음악 아니 나아가 모든 것에 의욕이 없어졌다. 그 후 병원과 경찰서를 드나들며, 6개월 이라는 시간을 낭비했다. 와중에 마음속에선, 이미 만들어둔 5곡들이 발매를 울부짖으며 나를 억눌렀다. 그래서 도망가고 싶었다. 그냥 다 하기 싫었다. 하지만 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렇게 이 곡이 탄생했다.
이런 서사를 가진 이 두 곡은, 웃기게도, 사실 발매하기 싫었다. 부상에서 회복이 덜 된 상태에서 녹음하였기에, 원하는 수준에서 한참 떨어진, 보컬을 모니터링 할때면 도망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재녹음을 할 돈도 없는 현실이 원망스러웠다. 그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녹음 후 2주를 낭비했다.
"아~그래도 결국엔 지기는 싫다." 그 이유 하나로 결국 저질러 버렸다. 고집 아니 아집일 것이다. 이 곡이 듣는 모든 이들의 시간을 낭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만 번은 넘게 반추했음에도 끝끝내 공개했으니…하지만 이런 생각도 든다. 이 곡을 듣는 모두가, 인생의 파도에 휩쓸려 무력감을 느꼈을 때, 아집이라도 좋으니, 끝끝내 본인이 하고 싶은 걸 했으면 좋겠다. 인간지사 새옹지마니까 결국 눈감기 전까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면, 하고 싶은 걸 하자. 혹여 무리해서 나아가지 못하겠다면, 뭐 어떤가? 그저 견뎌줘서 감사하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자.
1. 도망갈래
Produce by 전병욱
Lyrics by 전병욱, Void
Composed by 전병욱
Arranged by 전병욱
Vocal by Void
Piano by 전병욱
String by 전병욱
Brass by 전병욱
Moog lead by 전병욱
Guitar by 우성림
Bass by 송태호
Percussion by 전병욱
Drum by 이강현
Artwork by Jira
Mixed by BYHR
Mastered by 이준용 @uilsoundworks_ljy
게시일 2024.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