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장편 상업영화 <스윈들러>에서 주연인 사기꾼 ‘도진’역을 맡으셨죠. 많은 배우들이 꿈꾸는 장편 상업영화의 주인공으로 낙점 되셨을 때의 순간은 어떠셨나요?
A. 사실 <스윈들러>는 시나리오 시작부터 이동환 감독님과 함께 만들어간 작품이었어요. 전작 단편영화 <트랙>을 함께 했었는데 나이도 동갑이고 코드가 잘 맞아서 친해졌죠. 당시에는 사는 곳도 가까웠었거든요. 어느 날은 새로운 장르의 단편영화를 또 찍고 싶어서 이것저것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었었죠. 그 당시에 서로 열정이 넘치지 못해 들끓었던 상태라 단편영화 말고 장편으로 찍어보고 싶은 욕구가 자연스럽게 강해졌어요. 그래서 일단 시나리오 부터 써보자 하고 몇날 몇일을 시나리오 회의를 했어요. 맥도날드에서. 하하.
아무래도 장편으로 주연은 처음이다보니까 설렘과 걱정이 굉장히 많았어요. 전체 씬 중에 95%가 제가 나오는 시나리오였는데 그 당시에는 이 분량이 뜻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전혀 몰랐죠. 전체를 이끌어 간다는 게 이렇게 어렵고 무서운 작업이였을 줄이야. 제 자신의 부족함이 많이 느껴지는 작업이었어요. 신체적으로도 심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는데, 사실 되돌아보면 지금까지 배우 생활중에서 제일 행복했던 날들이었어요.
(이미지: 영화 <스윈들러> 스틸 컷)
Q. <스윈들러> 촬영 중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A. 영화 초반에 제가 술에 잔뜩 취해서 길거리에서 자고 일어나는 씬이 생각나네요. 일반 쓰레기 더미 근처에서 꽉 채워진 쓰레기 봉투를 베개처럼 벽에 대고 심지어 안고 자는 장면이었어요. 그게 미술 소품이 아니라 실제 쓰레기였거든요. 촬영 중에 정말 냄새 때문에 토할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그 곳이 사당역 냉동 삼겹살 거리 앞에 있는 쓰레기 배출지였거든요. 땅에 물이 고여있는데 그것도 쓰레기에 오염되어 있었고, 참 고생스러운 촬영이긴 했죠. 하하.
그리고 제가 신경을 많이 쓰면 배가 가끔 아프곤 하거든요. 그래서 중요한 촬영이 있을 땐 거의 안 먹기도 해요. 상대방과 감정적으로 싸우는 씬이 있어서 집중하고 있는데, 두어컷 찍고 나니 제 손이 덜덜 떨리더라고요. 몸에 에너지가 너무 없었던 것 같아요. 점점 집중력도 떨어지고… 그 이후부턴 그냥 든든하게 다 먹고, 촬영에 더 열심히 임하게 됐죠.
또 하나는 마지막 장면을 명동에서 촬영을 했었는데 그 땐 코로나 유행 전이라 외국인들이 많았어요. 사람들이 비교적 적을 때 촬영인거 티 안내고 얼른 찍으려고 했는데 제가 우두커니 서있으니까 다들 촬영임을 눈치 채셨는 지 무슨 버스킹 공연마냥 저를 빙둘러 싸더라고요. 외국인들 입장에선 제가 연예인인지, 이제 시작하는 배우인지 모르니까 그냥 신기해서 그러셨던 것 같아요. 심지어 거리도 넓어서 아주 넓게 둘러싸여지니 저 멀리서 뭐 촬영인줄 알았는지 더 모여들기도 하고요. 그 당시엔 그런 경험이 처음이라 상황 자체가 너무 부담이 됐었어요. 지금은 추억으로 남아 명동 그 거리를 지날 때마다 그 생각이 떠오르네요.
Q. <스윈들러> 촬영이 끝났을 땐,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A. 실감이 잘 안났어요. ‘끝난 게 맞나?’ 싶었죠. 사람들이 우루루 모여 각자 할일을 몸으로 열심히 부딪히며 해결해나가는 북적북적한 현장이었는데 이제 못간다고 생각하니까 너무너무 아쉬웠고요. 뿌듯하기도 했고 뭔가 해냈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들어진 과정을 다 말씀은 못 드리지만
굉장히 힘들고 어렵게 만들게 된거라서 ‘완주’ 했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어요.
사실 영화는 촬영도 힘들지만 후반 작업도 굉장히 길고 어려운 시간들이거든요. 그 시간은 오롯이 감독님 혼자 짊어지죠. 그 시간들을 잘 버텨준 이동환 감독님께 너무 고생했고 멋있다고 이 자리를 빌어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사실 얼마 전에는 다른 멋진 배우들과 함께 <벌집>이라는 단편영화를 찍었어요. 지금 후반작업 중인데, 결과물이 기대가 되네요. 화이팅!
Q. 아르바이트 경험이 연기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셨다구요.
A. 호텔 침구류 정리나 뷔페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 보면 남들이 사용한 룸이나 접시에서 남겨지는 흔적의 형태가 각각 다 달리 보이거든요. 그 상황을 유추해보면 재미있어요. 또 배달을 했을 때는 요즘은 거의 비대면이지만 그 땐 10년 전이라 현관문에서 직접 손으로 건네주곤 했었거든요. 문 틈 사이로 보이는 집의 분위기들이 무척이나 각양각색이었어요. 고객들을 직접 대면하니까 다양한 캐릭터들을 마주하는 경험이 된 것 같아요. 그리고 20대 중반에 백화점 프로모터를 할 때에는 각종 화장품이나 향수 샘플을 나눠주면서도 정말 독특하거나 재미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기도 했구요. 오픈하는 치킨집에서는 쉬지 않고 닭 뜯고, 반죽 만들어서 반죽물 입히고, 뒤돌아서 기름에 튀기는 것 까지 마치 로봇인냥 일했던 경험도 있구요. 현실에서 몸소 체득한 것들을 캐릭터든 상황이든 관계 없이 작품 속에서 자유분방하게 표현해보고 싶어요.
Q. 형준님이 연기를 하면서 사랑하게 된 자신의 모습이 있다면?
A. 음, 눈에서 감정이 잘 보인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 편이에요. 그리고 이건 순수히 제 생각인데, 미소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웃을 때에 지어지는 주름과 미소가 연기를 할 때 매력이 배가 되는 것 같아요. 하하. 마지막으로는 제 피부인데. 사실 제가 고등학생 때 여드름으로 전교 3등에서 내려온 적이 없었어요. 그 때는 유튜브도 없었으니 피부 지식이나 조언을 얻을 곳도 마땅치 않았죠. 속상하다보니 급한 마음에 많이 건드리다 보니 흉터가 많이 생겼어요. 20대때는 이걸 어떻게든 안 보이게 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애를 썼는데, 지금은 이 모습 그대로가 좋아요. 정말로요. 캐릭터가 더 입체적으로 보일 수 있는 장점이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주변에서 항상 다 다른 이미지를 이야기하는 것도 연기할 때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어디서 본 것 같다는 이야기는 자주 듣는 이야기이고 바른 이미지, 깔끔한 이미지, 사위 프리패스 등의 이야기도 종종 듣고요. 어디서는 관리자보다는 디자이너 이미지라는 이야기도 듣고 또 어디서는 공대남 분위기다, 어디서는 운동 잘 하는 것 같다. 이런 다양한 이야기들을 많이 듣는 편이에요. 제 내면에 그런 모습들이 아예 없진 않은 것 같아요. 어떤 저는 혼코노에서 재지한 노래를 즐겨 부르기도 하고, 어떤 저는 약속 장소에 미리 도착해서 꼼꼼하게 해야할 일들을 만년필로 다이어리에 정리하기도 하고요. 또 어떤 저는 운동을 미친듯이 하기도 하죠. 다면적인 저의 모습을 펼쳐서 배우로서 매력적인 모습들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Q. 테니스에 푹 빠져 계시다고 들었어요.
A. 중학생 때 만화책을 좋아하는 편이었어요. 많이들 아시겠지만 우연히 <테니스의 왕자> 라는 만화책을 읽게 되었고, 마침 아파트 단지 내 테니스장 옆을 지나던 참이었어요. 테니스를 치시던 분들이 계셨는데, 정말 즐거워보이시더라구요. 그렇게 바로 테니스를 시작하게 되었죠.
그렇게 중2부터 고3까지 학창 시절을 테니스에 미쳐 살았어요. 한 번은 <Tennis Korea> 라는 잡지에 사연을 엽서로 보내서 경품도 받기도 했었죠. 대학을 연극과로 진학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테니스와는 멀어졌지만 코로나 시기에 다시 테니스 라켓을 잡게 됐어요. 동호회도 여러개 가입하고, 주 3-4회는 친 것 같아요. 너무 열심히 했는 지 얼마 전에 왼쪽 발목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하기도 했죠. 하하. 운동은 역시 부상 조심하며 하는 게 제일이에요. 그래야 더 오래하고 실력이 늘거든요.
그리고 테니스 선수는 안드레 애거시, 마라트 사핀, 페더러의 팬인데 특히 안드레 애거시는 라이징볼을 기가 막히게 치고 히피 감성을 가지고 있어서 정말 좋아했어요. 아직도 저의 주 라켓이 안드레 애거시가 사용했던 것과 같은 라켓일 정도로요. 이런 히스토리들이 있다보니 나중에 테니스 관련된 작품을 하면 정말 행복하고 즐거울 것 같아요.
Q. 테니스처럼 연기 외에도 관심있는 것들이 있나요?
A. 요즘은 건강에 관심이 많은 편이에요. ‘건강하게 먹기’를 실천하고 있어요. 설탕, 밀가루, 나쁜 기름, 튀김, 알코올, 커피 등이요. 사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몸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서인데요. 확실히 저런 것들 피해서 먹게 되면 피부도 좋아지고 기분 회복 탄력성이랄까. 그런 것도 높아지고 확실히 관리가 되는 기분이에요. 맛의 즐거움을 포기하면 어떤 행복이 있을까 싶은데 신기하게도 행복은 어딘가에 다 있더라구요. 자연스레 생기게 되는 거 같아요. 헬스도 시작했는데 몸 커지고 싶어서 건강하게 많이 먹기 실천중이에요.
Q. 앞으로 맡고 싶은 역할이나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 스타일이 있으신가요?
A. 고독하고, 외롭고 그렇지만 마음에 온기는 남아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한 인물 내면의 고독함을 진정으로 탐구해보고 싶고 그 속에서 치유를 받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하나의 역할을 맡게 될 때 그 인물의 탄생부터 현재까지 제 마음대로 일단 만들어 보거든요. 그러면서 그 인물이 지금 대본에 놓여진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얼마나 아프고 터져야 그 대사가 나올지 생각하고 느끼다보면 자연스럽게 저 또한 성장하게 되고 치유하게 되고 앞으로 나아가게 될 것 같더라고요.
또 다른 건 탐정물, 탐정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탐정>의 권상우, <셜록>의 베네딕트 컴버배치, <셜록홈즈>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맡은 역할들요. 평소 지적인 사람들에게 매력을 느끼는데, ‘셜록’이라는 인물은 굉장히 똑똑하면서도 논리적이고 순발력도 굉장하거든요. 상대방을 몇 초 보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취향, 패턴, 짧은 역사까지 논리적으로 파악하고 맞추죠. 그 모습이 멋지면서도 굉장히 매력적이더라구요. 그에 비해 작업실이 굉장히 지저분하고 정신없지만 그 것 또한 자신이 하는 것에 대해 엄청난 집중을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되는 연출도 정말 좋았어요.
기회가 된다면 작품 속에서 여러 다양한 모습들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혹시 작품 속에서 저를 발견하시게 된다면 반가워해주시면 좋겠네요. 하하. 앞으로 배우 유형준으로서의 모습을 많이 기대해주세요.
Q. 장편 상업영화 <스윈들러>에서 주연인 사기꾼 ‘도진’역을 맡으셨죠. 많은 배우들이 꿈꾸는 장편 상업영화의 주인공으로 낙점 되셨을 때의 순간은 어떠셨나요?
A. 사실 <스윈들러>는 시나리오 시작부터 이동환 감독님과 함께 만들어간 작품이었어요. 전작 단편영화 <트랙>을 함께 했었는데 나이도 동갑이고 코드가 잘 맞아서 친해졌죠. 당시에는 사는 곳도 가까웠었거든요. 어느 날은 새로운 장르의 단편영화를 또 찍고 싶어서 이것저것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었었죠. 그 당시에 서로 열정이 넘치지 못해 들끓었던 상태라 단편영화 말고 장편으로 찍어보고 싶은 욕구가 자연스럽게 강해졌어요. 그래서 일단 시나리오 부터 써보자 하고 몇날 몇일을 시나리오 회의를 했어요. 맥도날드에서. 하하.
아무래도 장편으로 주연은 처음이다보니까 설렘과 걱정이 굉장히 많았어요. 전체 씬 중에 95%가 제가 나오는 시나리오였는데 그 당시에는 이 분량이 뜻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전혀 몰랐죠. 전체를 이끌어 간다는 게 이렇게 어렵고 무서운 작업이였을 줄이야. 제 자신의 부족함이 많이 느껴지는 작업이었어요. 신체적으로도 심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는데, 사실 되돌아보면 지금까지 배우 생활중에서 제일 행복했던 날들이었어요.
(이미지: 영화 <스윈들러> 스틸 컷)
Q. <스윈들러> 촬영 중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A. 영화 초반에 제가 술에 잔뜩 취해서 길거리에서 자고 일어나는 씬이 생각나네요. 일반 쓰레기 더미 근처에서 꽉 채워진 쓰레기 봉투를 베개처럼 벽에 대고 심지어 안고 자는 장면이었어요. 그게 미술 소품이 아니라 실제 쓰레기였거든요. 촬영 중에 정말 냄새 때문에 토할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그 곳이 사당역 냉동 삼겹살 거리 앞에 있는 쓰레기 배출지였거든요. 땅에 물이 고여있는데 그것도 쓰레기에 오염되어 있었고, 참 고생스러운 촬영이긴 했죠. 하하.
그리고 제가 신경을 많이 쓰면 배가 가끔 아프곤 하거든요. 그래서 중요한 촬영이 있을 땐 거의 안 먹기도 해요. 상대방과 감정적으로 싸우는 씬이 있어서 집중하고 있는데, 두어컷 찍고 나니 제 손이 덜덜 떨리더라고요. 몸에 에너지가 너무 없었던 것 같아요. 점점 집중력도 떨어지고… 그 이후부턴 그냥 든든하게 다 먹고, 촬영에 더 열심히 임하게 됐죠.
또 하나는 마지막 장면을 명동에서 촬영을 했었는데 그 땐 코로나 유행 전이라 외국인들이 많았어요. 사람들이 비교적 적을 때 촬영인거 티 안내고 얼른 찍으려고 했는데 제가 우두커니 서있으니까 다들 촬영임을 눈치 채셨는 지 무슨 버스킹 공연마냥 저를 빙둘러 싸더라고요. 외국인들 입장에선 제가 연예인인지, 이제 시작하는 배우인지 모르니까 그냥 신기해서 그러셨던 것 같아요. 심지어 거리도 넓어서 아주 넓게 둘러싸여지니 저 멀리서 뭐 촬영인줄 알았는지 더 모여들기도 하고요. 그 당시엔 그런 경험이 처음이라 상황 자체가 너무 부담이 됐었어요. 지금은 추억으로 남아 명동 그 거리를 지날 때마다 그 생각이 떠오르네요.
Q. <스윈들러> 촬영이 끝났을 땐,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A. 실감이 잘 안났어요. ‘끝난 게 맞나?’ 싶었죠. 사람들이 우루루 모여 각자 할일을 몸으로 열심히 부딪히며 해결해나가는 북적북적한 현장이었는데 이제 못간다고 생각하니까 너무너무 아쉬웠고요. 뿌듯하기도 했고 뭔가 해냈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들어진 과정을 다 말씀은 못 드리지만
굉장히 힘들고 어렵게 만들게 된거라서 ‘완주’ 했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어요.
사실 영화는 촬영도 힘들지만 후반 작업도 굉장히 길고 어려운 시간들이거든요. 그 시간은 오롯이 감독님 혼자 짊어지죠. 그 시간들을 잘 버텨준 이동환 감독님께 너무 고생했고 멋있다고 이 자리를 빌어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사실 얼마 전에는 다른 멋진 배우들과 함께 <벌집>이라는 단편영화를 찍었어요. 지금 후반작업 중인데, 결과물이 기대가 되네요. 화이팅!
Q. 아르바이트 경험이 연기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셨다구요.
A. 호텔 침구류 정리나 뷔페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 보면 남들이 사용한 룸이나 접시에서 남겨지는 흔적의 형태가 각각 다 달리 보이거든요. 그 상황을 유추해보면 재미있어요. 또 배달을 했을 때는 요즘은 거의 비대면이지만 그 땐 10년 전이라 현관문에서 직접 손으로 건네주곤 했었거든요. 문 틈 사이로 보이는 집의 분위기들이 무척이나 각양각색이었어요. 고객들을 직접 대면하니까 다양한 캐릭터들을 마주하는 경험이 된 것 같아요. 그리고 20대 중반에 백화점 프로모터를 할 때에는 각종 화장품이나 향수 샘플을 나눠주면서도 정말 독특하거나 재미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기도 했구요. 오픈하는 치킨집에서는 쉬지 않고 닭 뜯고, 반죽 만들어서 반죽물 입히고, 뒤돌아서 기름에 튀기는 것 까지 마치 로봇인냥 일했던 경험도 있구요. 현실에서 몸소 체득한 것들을 캐릭터든 상황이든 관계 없이 작품 속에서 자유분방하게 표현해보고 싶어요.
Q. 형준님이 연기를 하면서 사랑하게 된 자신의 모습이 있다면?
A. 음, 눈에서 감정이 잘 보인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 편이에요. 그리고 이건 순수히 제 생각인데, 미소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웃을 때에 지어지는 주름과 미소가 연기를 할 때 매력이 배가 되는 것 같아요. 하하. 마지막으로는 제 피부인데. 사실 제가 고등학생 때 여드름으로 전교 3등에서 내려온 적이 없었어요. 그 때는 유튜브도 없었으니 피부 지식이나 조언을 얻을 곳도 마땅치 않았죠. 속상하다보니 급한 마음에 많이 건드리다 보니 흉터가 많이 생겼어요. 20대때는 이걸 어떻게든 안 보이게 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애를 썼는데, 지금은 이 모습 그대로가 좋아요. 정말로요. 캐릭터가 더 입체적으로 보일 수 있는 장점이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주변에서 항상 다 다른 이미지를 이야기하는 것도 연기할 때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어디서 본 것 같다는 이야기는 자주 듣는 이야기이고 바른 이미지, 깔끔한 이미지, 사위 프리패스 등의 이야기도 종종 듣고요. 어디서는 관리자보다는 디자이너 이미지라는 이야기도 듣고 또 어디서는 공대남 분위기다, 어디서는 운동 잘 하는 것 같다. 이런 다양한 이야기들을 많이 듣는 편이에요. 제 내면에 그런 모습들이 아예 없진 않은 것 같아요. 어떤 저는 혼코노에서 재지한 노래를 즐겨 부르기도 하고, 어떤 저는 약속 장소에 미리 도착해서 꼼꼼하게 해야할 일들을 만년필로 다이어리에 정리하기도 하고요. 또 어떤 저는 운동을 미친듯이 하기도 하죠. 다면적인 저의 모습을 펼쳐서 배우로서 매력적인 모습들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Q. 테니스에 푹 빠져 계시다고 들었어요.
A. 중학생 때 만화책을 좋아하는 편이었어요. 많이들 아시겠지만 우연히 <테니스의 왕자> 라는 만화책을 읽게 되었고, 마침 아파트 단지 내 테니스장 옆을 지나던 참이었어요. 테니스를 치시던 분들이 계셨는데, 정말 즐거워보이시더라구요. 그렇게 바로 테니스를 시작하게 되었죠.
그렇게 중2부터 고3까지 학창 시절을 테니스에 미쳐 살았어요. 한 번은 <Tennis Korea> 라는 잡지에 사연을 엽서로 보내서 경품도 받기도 했었죠. 대학을 연극과로 진학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테니스와는 멀어졌지만 코로나 시기에 다시 테니스 라켓을 잡게 됐어요. 동호회도 여러개 가입하고, 주 3-4회는 친 것 같아요. 너무 열심히 했는 지 얼마 전에 왼쪽 발목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하기도 했죠. 하하. 운동은 역시 부상 조심하며 하는 게 제일이에요. 그래야 더 오래하고 실력이 늘거든요.
그리고 테니스 선수는 안드레 애거시, 마라트 사핀, 페더러의 팬인데 특히 안드레 애거시는 라이징볼을 기가 막히게 치고 히피 감성을 가지고 있어서 정말 좋아했어요. 아직도 저의 주 라켓이 안드레 애거시가 사용했던 것과 같은 라켓일 정도로요. 이런 히스토리들이 있다보니 나중에 테니스 관련된 작품을 하면 정말 행복하고 즐거울 것 같아요.
Q. 테니스처럼 연기 외에도 관심있는 것들이 있나요?
A. 요즘은 건강에 관심이 많은 편이에요. ‘건강하게 먹기’를 실천하고 있어요. 설탕, 밀가루, 나쁜 기름, 튀김, 알코올, 커피 등이요. 사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몸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서인데요. 확실히 저런 것들 피해서 먹게 되면 피부도 좋아지고 기분 회복 탄력성이랄까. 그런 것도 높아지고 확실히 관리가 되는 기분이에요. 맛의 즐거움을 포기하면 어떤 행복이 있을까 싶은데 신기하게도 행복은 어딘가에 다 있더라구요. 자연스레 생기게 되는 거 같아요. 헬스도 시작했는데 몸 커지고 싶어서 건강하게 많이 먹기 실천중이에요.
Q. 앞으로 맡고 싶은 역할이나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 스타일이 있으신가요?
A. 고독하고, 외롭고 그렇지만 마음에 온기는 남아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한 인물 내면의 고독함을 진정으로 탐구해보고 싶고 그 속에서 치유를 받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하나의 역할을 맡게 될 때 그 인물의 탄생부터 현재까지 제 마음대로 일단 만들어 보거든요. 그러면서 그 인물이 지금 대본에 놓여진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얼마나 아프고 터져야 그 대사가 나올지 생각하고 느끼다보면 자연스럽게 저 또한 성장하게 되고 치유하게 되고 앞으로 나아가게 될 것 같더라고요.
또 다른 건 탐정물, 탐정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탐정>의 권상우, <셜록>의 베네딕트 컴버배치, <셜록홈즈>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맡은 역할들요. 평소 지적인 사람들에게 매력을 느끼는데, ‘셜록’이라는 인물은 굉장히 똑똑하면서도 논리적이고 순발력도 굉장하거든요. 상대방을 몇 초 보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취향, 패턴, 짧은 역사까지 논리적으로 파악하고 맞추죠. 그 모습이 멋지면서도 굉장히 매력적이더라구요. 그에 비해 작업실이 굉장히 지저분하고 정신없지만 그 것 또한 자신이 하는 것에 대해 엄청난 집중을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되는 연출도 정말 좋았어요.
기회가 된다면 작품 속에서 여러 다양한 모습들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혹시 작품 속에서 저를 발견하시게 된다면 반가워해주시면 좋겠네요. 하하. 앞으로 배우 유형준으로서의 모습을 많이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