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출연하신 작품들을 보면 미장센이 느껴지는 작품들이 많은 것 같아요. 작품을 고를 때 특별한 선정 기준이 있나요?
A. 시놉시스가 들어왔을 때 이야기의 발상이 재미있거나 구조적으로 안정적으로 느끼면 참여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근사한 미장센을 추구하는 건 모든 영화들이 추구하는 방향성이기도 한데요. 감사하게도 제가 함께했던 팀들의 미감이라 할 지, 컷과 씬 구성 능력이 뛰어나서 번번이 좋은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저 또한 시나리오를 읽다 보면 아이디어가 많이 떠올라서 미술 혹은, 전체적으로 가미되면 좋은 구성이라든지 의견을 많이 제시하는 편이에요.
Q. 작품, 캐릭터에 온전히 몰입하기 위한 방법이 있나요?
A. 대사가 입에 붙어서 제 말처럼 되는 순간이 있는데, 그 때 자연히 몰입하게 되는 것 같아요. 처음엔 억지로 시도해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일지라도.
비슷한 정서의 영화 레퍼런스를 찾아보기도 하고, 비슷한 인물이 나오는 다큐멘터리를 찾아보거나, 친구들에게 대신 질문을 내고 답변을 들으며 제가 차용할 부분들을 추려내기도 해요. 완전한 내가 아니기 때문에 주어진 캐릭터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탐정처럼 되는 것 같아요. 이 과정이 얼추 마무리되면, 통상적으로 이해가안 되는 행동을 하는 캐릭터라도 사랑하게 됩니다.
Q. 작품에 대한 몰입도가 상당히 깊으신데, 작품이 끝나고 난 뒤의 여운은 어떻게 하나요?
A. 작품이 끝난 직후에도 그렇지만, 몇 년 뒤에 다시 했던 작품을 봐도 그 때 여운이 살아나더라고요. 오히려 직후엔 다른 작품에 집중하느라 충분히 캐릭터를 보내줄 시간이 없었어요. 게다가 제가 마음을 어르고 달랜다한들, 몰입했던 감정은 금세 지워지지 않았어요. 아직 전 몰입 이후의 감정을 다루는 덴 미숙한가 봅니다. 다만 캐릭터의 일상이 있듯, 나도 내 일상이 있다는 걸 꾸준히 상기하곤 해요. 가끔은 그 인물의 일생을 훔치고 싶을 때도 있어서 빠져 있는 걸 깨고 싶지 않을 때도 있지만요.
Q. 어떤 작품의, 어떤 캐릭터를 연기했을 때 그런 감정을 느꼈나요?
A. 작품이나 캐릭터를 딱 특정해서 말하긴 어렵지만, 명랑하고 다른 어떤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자기 고집대로 밀고 나가는 캐릭터들이 간혹 있었거든요. 실제의 저는 좀 많이 유약한 편이라, 상황에 따라 고집을 꺾기도 하고 제 속에 있는 진심을 모른척 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그 영화 속 인물들은 어쨌든 한 가지 목적을 향해 달려가다보니 지금 제 삶과 약간 비슷해보여도, 주관대로 사는 그 친구가 오히려 더 좋을때가 있더라구요.
Q. 취향이 궁금해요. 나를 표현하는 향이 있다면?
A. 비밀로 하고 싶어요. 하하. 향은 정말 내밀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알려주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지 않나 싶어요. 대신 친구가 제 향에 대해 묘사했던 메시지를 첨부하고 싶어요.
‘2019년엔가 오늘이랑 비슷한 여름에 태주씨를 만나서 을지로에서 생전 첨 냉면도 먹고 엄청 맛있는 커피도 먹었었는데 그 날도 비가 엄청 많이 왔었잖아요. 그 때 맡았던 향수가 엄청 좋아서 그 때도 여쭤봤었던 기억이 나시나요. 아무튼 며칠 전에 출근길에 어떤 여성분이 탔는데 그 때 그 향수 향이 확 끼치는 거예요. 그래서 그 날이 그 향수 이름이 뭐였더라… 그 향수가 뭐였는지 기억 안 나는데 그 날에 먹었던 냉면과 커피와 대화와 날씨는 다 기억이 나네요. 게다가 우연히 엘리베이터에서 맡게 돼도 알아차릴 만큼 향기까지 기억이 나는 걸 보니 기억이란 참 다면체인 것 같아요.’
Q. 기억이란 건 참 신기한 것 같아요. 특별한 기억과 순간들이 있나요?
A. 여름의 평양냉면, 우연히 지나친 카페에서 들려오는 보사노바, 축축한 장미, 발가락을 간지럽히는 모래사장의 부드러움과 약간의 까끌거림. 새벽 어스름할 때 시작한 산책에서 만난 촉촉한 들풀의 잎들, 여름에 예매한 겨울 이국행 비행기 티켓과 환상, 친구가 일하는 카페에서 수다 떨기.
Q.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내면이 참 단단하다고 느껴집니다. 지금의 태주님을 만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A. 한편으론 부정하고 싶지만, 요즘은 어린시절이 결국 저를 만든 전부라고 생각해요. 유년기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여러모로 형편이나 환경이 좋진 않았어요. 가끔은 통째로 들어낼 수 있다면 없었던 일처럼 하고 싶을 정도로요. 많은 일이 있었지만 지면이 허락해주지 않을 것 같네요.
거칠게 압축하자면, 그 때의 부정적 경험이 제 코어가 되는 정서를 만들어줬다고 생각하고요. 제 전체를 아우르는 정서 그 자체가 제 재능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Q. 뜬금없지만, 배우가 아니었다면 어떤 일을 하고 있었을까요?
A. 이미지와 관련있는 분야에서 일하고 있을 것 같아요. 스타일링이나 미술팀에서 어떤 일이든 맡아 해 보고 싶어요. 머리에만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들이 구체적으로 현실화 되는 것에서 기쁨을 느끼거든요. 그런 면에서연기랑도 비슷한 맥이 있는 것 같고요. 취미로 랜덤한 이미지를 아카이빙하기도 하고요. 생각보다 패션 트렌드에 관심이 많기도 합니다.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전개되어 있을 때 어떤 걸 제게 흡수하고 어떤 걸 다른 면에 활용하면 좋을지 구상하곤 해요.
Q. 빈티지를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빈티지가 주는 매력은 무엇인가요?
A. 빈티지의 매력은 한번 인연이 되지 못하면 영원히 마주칠 수 없는 아쉬움에서있다고 생각해요. 아, 제 옷장의 90퍼센트는 빈티지로 채워져 있어요. 생각해보니 제 작업실과 주방, 거실에있는 집기들도 빈티지가 많네요. 최근엔 빈티지를 조금씩 판매하기도 하면서 빈티지 마니아들을 마주칠 기회가 늘었어요. 혼자만 즐기다가 고객을 만나기 시작하니 다른 사람의 취향은 어떤지 살피기도 했고, 제 취향의 폭이 확장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Q. 요즘 관심있게 본 것이 있나요?
A. 요즘 스트레스를 개인적으로도 많이 받고 직업적으로도 많이 받는 편이어서 아무 굴곡이 없는, 모두가 해피하기만한 작품들을 골라서 보고 있었어요. 원래도 시트콤 계열이나 블랙 코미디를 좋아하는 편이거든요. 배우 입장에서는 코미디라는 것이 다른 연기들보다 굉장히 고난이도의 기술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런 류의 작품들 중에 최근에 정말 재밌게 본 영화가 <코다>의 원작인 <미라클 벨리에>라는 영화에요. 음악에 재능을 지녔으나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가족들과 살며 생기는 일들을 베이스로 한 이야기인데 민감한 소재일 수도 있지만 그걸 아무렇지 않게 자학처럼, 코미디로 자연스레 풀어가는 모습에 시종일관 웃음이 많이 나는 영화였어요. 친구들도 그 영화가 제일 좋았다고 많이 추천해서 저도 왜 이제서야 봤나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Q. 살아가며 꼭 필요한 한 가지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A. ‘농담’이요. 모든 글과 대화엔 유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아무리 비극적인 상황과 이야기더라도, 그 안에 있는 농담을 찾아낸다면 사는 게 조금은 덜 팍팍해져요. 내가 겪는 슬픔이 하나의 시트콤처럼 느껴지기도해요. 시트콤은 매 회 얼렁뚱땅 모든 것이 해결되고 모두가 행복해지잖아요. 제가 추구하는 삶과도 맞닿아 있어요. 너무 깊은 우울로 빠지지 않고 농담이 나를 구원해주는 거죠. 큰 일 처럼처럼 느껴져도 잠깐 긴장을 풀수 있는 장치가 하나 있으면 내 삶이 그리 엉망은 아니구나라는 위안을 줘요.
Q. 내 인생에서 변함없을 것이 있다면?
A. 이마저도 변하지 않을 거라는 자신은 없어요. 결국 변하면서 사는 모습이 내 모습일텐데. 변하더라도 최대한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언제나 작고 시시콜콜한 것에 웃음을 놓치지 않는 사람이요. 나이가 들면서 절망이 있더라도, 삶이 팍팍하더라도, 그간 애썼다는 마음에서 웃고 있었으면 합니다. 오랫동안 이 일을 지켜냈으면 하기도 하고요.
Q. 모든 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솔직히 저는 관심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한 배우가 얼마나 성장할지, 어떤 모습으로 나이를 먹고 있는지에 관한 긍정적인 예시가 되고 싶어요. 저와 같은 배우에게 희망과 가능성을 열어주고 싶어요.
Q. 출연하신 작품들을 보면 미장센이 느껴지는 작품들이 많은 것 같아요. 작품을 고를 때 특별한 선정 기준이 있나요?
A. 시놉시스가 들어왔을 때 이야기의 발상이 재미있거나 구조적으로 안정적으로 느끼면 참여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근사한 미장센을 추구하는 건 모든 영화들이 추구하는 방향성이기도 한데요. 감사하게도 제가 함께했던 팀들의 미감이라 할 지, 컷과 씬 구성 능력이 뛰어나서 번번이 좋은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저 또한 시나리오를 읽다 보면 아이디어가 많이 떠올라서 미술 혹은, 전체적으로 가미되면 좋은 구성이라든지 의견을 많이 제시하는 편이에요.
Q. 작품, 캐릭터에 온전히 몰입하기 위한 방법이 있나요?
A. 대사가 입에 붙어서 제 말처럼 되는 순간이 있는데, 그 때 자연히 몰입하게 되는 것 같아요. 처음엔 억지로 시도해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일지라도.
비슷한 정서의 영화 레퍼런스를 찾아보기도 하고, 비슷한 인물이 나오는 다큐멘터리를 찾아보거나, 친구들에게 대신 질문을 내고 답변을 들으며 제가 차용할 부분들을 추려내기도 해요. 완전한 내가 아니기 때문에 주어진 캐릭터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탐정처럼 되는 것 같아요. 이 과정이 얼추 마무리되면, 통상적으로 이해가안 되는 행동을 하는 캐릭터라도 사랑하게 됩니다.
Q. 작품에 대한 몰입도가 상당히 깊으신데, 작품이 끝나고 난 뒤의 여운은 어떻게 하나요?
A. 작품이 끝난 직후에도 그렇지만, 몇 년 뒤에 다시 했던 작품을 봐도 그 때 여운이 살아나더라고요. 오히려 직후엔 다른 작품에 집중하느라 충분히 캐릭터를 보내줄 시간이 없었어요. 게다가 제가 마음을 어르고 달랜다한들, 몰입했던 감정은 금세 지워지지 않았어요. 아직 전 몰입 이후의 감정을 다루는 덴 미숙한가 봅니다. 다만 캐릭터의 일상이 있듯, 나도 내 일상이 있다는 걸 꾸준히 상기하곤 해요. 가끔은 그 인물의 일생을 훔치고 싶을 때도 있어서 빠져 있는 걸 깨고 싶지 않을 때도 있지만요.
Q. 어떤 작품의, 어떤 캐릭터를 연기했을 때 그런 감정을 느꼈나요?
A. 작품이나 캐릭터를 딱 특정해서 말하긴 어렵지만, 명랑하고 다른 어떤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자기 고집대로 밀고 나가는 캐릭터들이 간혹 있었거든요. 실제의 저는 좀 많이 유약한 편이라, 상황에 따라 고집을 꺾기도 하고 제 속에 있는 진심을 모른척 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그 영화 속 인물들은 어쨌든 한 가지 목적을 향해 달려가다보니 지금 제 삶과 약간 비슷해보여도, 주관대로 사는 그 친구가 오히려 더 좋을때가 있더라구요.
Q. 취향이 궁금해요. 나를 표현하는 향이 있다면?
A. 비밀로 하고 싶어요. 하하. 향은 정말 내밀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알려주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지 않나 싶어요. 대신 친구가 제 향에 대해 묘사했던 메시지를 첨부하고 싶어요.
‘2019년엔가 오늘이랑 비슷한 여름에 태주씨를 만나서 을지로에서 생전 첨 냉면도 먹고 엄청 맛있는 커피도 먹었었는데 그 날도 비가 엄청 많이 왔었잖아요. 그 때 맡았던 향수가 엄청 좋아서 그 때도 여쭤봤었던 기억이 나시나요. 아무튼 며칠 전에 출근길에 어떤 여성분이 탔는데 그 때 그 향수 향이 확 끼치는 거예요. 그래서 그 날이 그 향수 이름이 뭐였더라… 그 향수가 뭐였는지 기억 안 나는데 그 날에 먹었던 냉면과 커피와 대화와 날씨는 다 기억이 나네요. 게다가 우연히 엘리베이터에서 맡게 돼도 알아차릴 만큼 향기까지 기억이 나는 걸 보니 기억이란 참 다면체인 것 같아요.’
Q. 기억이란 건 참 신기한 것 같아요. 특별한 기억과 순간들이 있나요?
A. 여름의 평양냉면, 우연히 지나친 카페에서 들려오는 보사노바, 축축한 장미, 발가락을 간지럽히는 모래사장의 부드러움과 약간의 까끌거림. 새벽 어스름할 때 시작한 산책에서 만난 촉촉한 들풀의 잎들, 여름에 예매한 겨울 이국행 비행기 티켓과 환상, 친구가 일하는 카페에서 수다 떨기.
Q.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내면이 참 단단하다고 느껴집니다. 지금의 태주님을 만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A. 한편으론 부정하고 싶지만, 요즘은 어린시절이 결국 저를 만든 전부라고 생각해요. 유년기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여러모로 형편이나 환경이 좋진 않았어요. 가끔은 통째로 들어낼 수 있다면 없었던 일처럼 하고 싶을 정도로요. 많은 일이 있었지만 지면이 허락해주지 않을 것 같네요.
거칠게 압축하자면, 그 때의 부정적 경험이 제 코어가 되는 정서를 만들어줬다고 생각하고요. 제 전체를 아우르는 정서 그 자체가 제 재능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Q. 뜬금없지만, 배우가 아니었다면 어떤 일을 하고 있었을까요?
A. 이미지와 관련있는 분야에서 일하고 있을 것 같아요. 스타일링이나 미술팀에서 어떤 일이든 맡아 해 보고 싶어요. 머리에만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들이 구체적으로 현실화 되는 것에서 기쁨을 느끼거든요. 그런 면에서연기랑도 비슷한 맥이 있는 것 같고요. 취미로 랜덤한 이미지를 아카이빙하기도 하고요. 생각보다 패션 트렌드에 관심이 많기도 합니다.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전개되어 있을 때 어떤 걸 제게 흡수하고 어떤 걸 다른 면에 활용하면 좋을지 구상하곤 해요.
Q. 빈티지를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빈티지가 주는 매력은 무엇인가요?
A. 빈티지의 매력은 한번 인연이 되지 못하면 영원히 마주칠 수 없는 아쉬움에서있다고 생각해요. 아, 제 옷장의 90퍼센트는 빈티지로 채워져 있어요. 생각해보니 제 작업실과 주방, 거실에있는 집기들도 빈티지가 많네요. 최근엔 빈티지를 조금씩 판매하기도 하면서 빈티지 마니아들을 마주칠 기회가 늘었어요. 혼자만 즐기다가 고객을 만나기 시작하니 다른 사람의 취향은 어떤지 살피기도 했고, 제 취향의 폭이 확장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Q. 요즘 관심있게 본 것이 있나요?
A. 요즘 스트레스를 개인적으로도 많이 받고 직업적으로도 많이 받는 편이어서 아무 굴곡이 없는, 모두가 해피하기만한 작품들을 골라서 보고 있었어요. 원래도 시트콤 계열이나 블랙 코미디를 좋아하는 편이거든요. 배우 입장에서는 코미디라는 것이 다른 연기들보다 굉장히 고난이도의 기술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런 류의 작품들 중에 최근에 정말 재밌게 본 영화가 <코다>의 원작인 <미라클 벨리에>라는 영화에요. 음악에 재능을 지녔으나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가족들과 살며 생기는 일들을 베이스로 한 이야기인데 민감한 소재일 수도 있지만 그걸 아무렇지 않게 자학처럼, 코미디로 자연스레 풀어가는 모습에 시종일관 웃음이 많이 나는 영화였어요. 친구들도 그 영화가 제일 좋았다고 많이 추천해서 저도 왜 이제서야 봤나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Q. 살아가며 꼭 필요한 한 가지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A. ‘농담’이요. 모든 글과 대화엔 유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아무리 비극적인 상황과 이야기더라도, 그 안에 있는 농담을 찾아낸다면 사는 게 조금은 덜 팍팍해져요. 내가 겪는 슬픔이 하나의 시트콤처럼 느껴지기도해요. 시트콤은 매 회 얼렁뚱땅 모든 것이 해결되고 모두가 행복해지잖아요. 제가 추구하는 삶과도 맞닿아 있어요. 너무 깊은 우울로 빠지지 않고 농담이 나를 구원해주는 거죠. 큰 일 처럼처럼 느껴져도 잠깐 긴장을 풀수 있는 장치가 하나 있으면 내 삶이 그리 엉망은 아니구나라는 위안을 줘요.
Q. 내 인생에서 변함없을 것이 있다면?
A. 이마저도 변하지 않을 거라는 자신은 없어요. 결국 변하면서 사는 모습이 내 모습일텐데. 변하더라도 최대한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언제나 작고 시시콜콜한 것에 웃음을 놓치지 않는 사람이요. 나이가 들면서 절망이 있더라도, 삶이 팍팍하더라도, 그간 애썼다는 마음에서 웃고 있었으면 합니다. 오랫동안 이 일을 지켜냈으면 하기도 하고요.
Q. 모든 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솔직히 저는 관심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한 배우가 얼마나 성장할지, 어떤 모습으로 나이를 먹고 있는지에 관한 긍정적인 예시가 되고 싶어요. 저와 같은 배우에게 희망과 가능성을 열어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