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얼마 전까지 연극 <운빨로맨스>에서 한량하 역으로 활약하셨죠. 작품과 캐릭터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신다면?
A. 연극 <운빨로맨스>는 점(미신)에 빠져 사는 운명론자 점보늬가 운명을 이겨내고 행복을 찾아나서는 이야기로, 저는 극 중 미신보단 사랑과 사람을 좋아하는 ‘한량하‘ 와 멀티남을 맡아서 공연 했어요.
Q. 연극 활동을 꾸준하게 하고 계시는데, 연극만의 매력이 있을까요?
A. ‘생동감’이 제일 매력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미디어는 편집 기술이 많이 들어가서 배우의 리얼 연기를 보여주는 것에 제약이 있지만, 연극은 자신의 기량을 맘껏 뽐낼 수 있기에, 관객과 배우 모두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관객과 함께 주고 받는 호흡을 무시할 수 없죠. 그게 제일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Q. 그 생동감이 넘치는 무대에서, 돌발 상황 같은 에피소드들도 있었을 것 같아요.
A. 하하. 맞아요. 얼마 전에도 그런 에피소드가 있었는데요, 무대 장치 중 미닫이 문이 하나 있었어요. 거기를 지나가면 다른 공간과 상황이 되는 연출인데, 남자 주인공이 그 문을 너무 세게 닫는 바람에 문고리가 떨어진거죠. 그 다음 장이 제가 그 문을 열고 나가야하는 장면이었는데, 나름 굉장히 진지한 장면이었거든요. 근데 저는 그걸 모르고 ‘관객들이 왜 웃지?’ 하고 어리둥절하며 심각한 상황에 맞추어 연기를 하며 나갔어요. 그런데 문고리가 떨어져 있더라구요. 조금 당황하긴 했는데, 그 순간 ‘이거 뭐야?’ 하고 애드립을 쳤죠. 그런데 관객분들이 보시곤 빵 터지시더라구요. 그런 사건 사고가 날 때도 많고 당황할 수 밖에 없지만 나름 유연하게 대처하려고 해요.
Q. 점점 그런 상황에 대한 노하우가 쌓이실 것 같아요.
A. 그렇죠. 아무래도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연기다 보니, 여러 상황이 많이 발생해요. 조금 위급할 땐, 동료 배우들과 무대 뒤에서 ‘나는 이렇게 할 테니 우리 이렇게 하자.’ 라는 약속을 하기도 하죠. 조마조마한 상황들이 있지만, 그렇다고 그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관객분들도 ‘아, 사고구나.’ 느끼시거든요. 최대한 유쾌하게 풀기 위해 함께 노력하죠.
Q. 연극을 시작해보고 싶어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극단은 어떻게 들어가는 지,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막막한 분들에게 팁을 주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평소에도 그런 질문들을 많이 받아요. 후배나 동생들에게. 음, 조금은 추상적이고 직접적인 답변은 아닐 수 있는데요. 극단에 들어가는 것도 물론 좋지만 그 이전에 본인만의 예술적인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어디를 가던 지, 어떤 작품을 만나던 지 그 철학을 관철시키고 인용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생각해요. 자기만의 철학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연기도 자신만의 것으로 표현해 낼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대학 졸업할 때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있어요. 계란으로 바위를 치듯이 무조건 다양한 활동을 해보라고요. 예를 들어, 윤여정 선생님께 연기 레슨을 받았다고 치면 그건 윤여정 것을 습득한 박성원이지. 너의 것이 아니라고 하셨죠. 그 말씀이 굉장히 와 닿았어요. 그래서 제가 시작하는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최소 2년 정도는 무조건 내 것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마구 부딪혀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어디를 가든 지 공부하려는 자세로요.
Q. 연기를 해오시면서 고비는 없었나요?
A. 연기에 대한 자존감이 낮았을 때가 있었어요. ‘왜 이렇게 잘 못하지?’, ‘내가 문제야.’ 등등 저에게서만 문제를 찾고 저를 탓하던 때가 있었어요. 그 때 마침 연기 관련 워크샵에 참가하던 중이었고 담당 선생님께 상담을 요청했죠. 그 선생님께서 그 때 제게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성원씨는 배우를 계속 하셔야 할 것 같아요. 이렇게나 이 일을 사랑하시잖아요.’ 라고요. 사람의 어떤 말들은 마음 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고 하잖아요. 그 때의 그 한 마디가 저를 만들어준 힘이라고 생각해요.
Q. 연기하실 때 캐릭터에 몰입하는 방법이 있나요?
A. 극 이야기의 ‘주제’가 뭔지 항상 생각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배우는 주제를 향해 달려간다.’ 라는 말이 있는데요. 제 배역이 그 ‘주제’에 관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지, 그 주제에 맡게 도달 하는 지, 그 주제 안에서 배역으로서 어떻게 살아있어야 하는 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좋은 작품으로 좋은 이야기를 들려 드리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Q. 연출도 함께 하신다고 들었어요.
A. 올 10월에 연극 연출을 맡아서 공연을 올리게 되었어요. 배우들도 직접 구성하구요. 저는 출연하진 않아요. 왜냐하면 연출 겸 배우를 하면 함께하는 배우분들도 불안해하시거든요. 그 분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면서까지 출연하고 싶지 않았어요. 연출자로서 더 믿음을 주고 싶기도 했고요. 배우로서의 욕심은 이번엔 내려놓고 책임감을 가지고 작품의 항해자가 되어보려고 합니다.
Q. 배우에서 연출자까지. 정말 멋져요. 연출자로서는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셨나요?
A. 지금 제가 맡은 공연이 <#정답을작성해주세요>라는 연극인데요. 제가 글을 쓰고 기획을 해서 2021년도에 한 번 붙고 다른 분이 연출을 맡았었어요. 그런데 그 때 연출을 맡았던 분께서 공연 직전에 코로나에 걸리셨죠. 그 바람에 연출 없이 거의 3주 동안 연습을 했는데, 배우들의 마음도 엉망이 되었죠. 결국 연출이 없는 상태에서 제가 협력 연출을 하게 되었지만 그 응어리가 심각하더라고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배우, 연출진 모두 많은 아쉬움들이 남았었기에 ‘다음 번에는 연출자분이 꼭 있어야겠다.’ 라고 생각했었죠. 그렇게 다른 연출자 분을 모시고 재연을 했는데 그 공연이 또 잘 안 됐어요.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으니 주변 지인이 ‘너의 잘못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맞는 말인 것 같았어요. 그래서 운이 좋게도 삼연을 하게 되어서 이번엔 그런 후회가 없도록 ‘내가 직접 해야겠다.’ 싶어서 하게 되었죠. 아마 연출로는 마지막일 것 같기도 한데 후회없이 최선을 다해서, 원 없이 해보려고요.
Q. 좋아하는 작품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A. K-드라마를 좋아해요. 좋아하는 작품이 많긴 한데, 두 가지를 꼽자면 <괜찮아, 사랑이야>와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좋아해요. <괜찮아, 사랑이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 가족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어서 내 주변 타인들을 돌아볼 계기가 되었고요. 또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지금 청년들이 좇는 것과는 조금 다른 순수한 꿈에 대한 이야기여서 좋아했던 것 같아요. 제가 지금 진로 교육 강사로도 일을 하고 있는데, 중학생들에게 서른살이 되었을 때의 비전에 대해 적어보자고 하면 30명 중 3명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좋은 집에서 살고 싶다.’ 같은 답변이더라고요. 좋은 집에서 살고 싶은 건 당연한 욕구이고 저도 바라는 바이지만, 내가 하고싶은 것에 대한 이야기들이 없어서 안타까웠어요.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순수한 꿈에 대한 열정 이런 것들을 다시 되새겨 줄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해요.
Q.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무엇인가요?
A. 저는 ‘조각’이라는 단어를 굉장히 좋아하는데요. 제가 지난 2022년에 ‘조각’이라는 연극에 출연하기도 했고, 배우는 한 이야기의 주제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이거든요. 그 한 주제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죠. 저 또한 그 작품에 필요한 한 ‘조각’이 되고 싶거든요. ‘세상에 꼭 필요한 이야기에 한 <조각>이 되고 싶다’는 제 가치관을 끝까지 지켜내고 싶어요. 그리고 윤여정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사치를 부리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 사치는 돈과 상관 없이 작품을 고를 수 있는 사치.’ 저는 이 말을 굉장히 좋아해요. 저는 우리나라 예술계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파급 효과가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Q. 자신을 향으로 표현한다면?
A. ‘달달한 향’이요. 달콤한 향을 맡으면 기분이 좋아지잖아요. 제 연기를 보신 많은 분들이 행복 에너지가 느껴졌다고 말씀해주셔서 그런 기분 좋은 사람이고 싶어요. 아직은 실수도 많고 어리숙하지만 경험이 켜켜이 쌓여서 나이가 들어도 삶의 지혜를 가득 지닌, 이야기를 나누면 행복한 그런 달달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Q. 또 다른,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나요?
A. 제 영화를 찍어보고 싶어요. 지금 사실 써 놓은 게 두 가지가 있어요. 그 중 하나는 고등학생 두 명이 주인공인데, 열정으로 무작정 꿈을 쫓는 친구와 너무나도 큰 재능이 있지만 어떠한 벽에 가로 막혀서 꿈보다는 현실을 택하는 친구가 만나면서 벌어지는 청춘물인데요. 어떻게든 내년에는 제작을 해보려고 목표를 세우고 있어요. 저도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보니 제 삶이 투영된, 꿈에 관한 이야기를 제일 잘 그려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아직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저이지만 꿈이 직업으로 변했고, 아직도 꿈을 꾸고 있기에 그런 이야기들을 잘 담아보고 싶네요. 결국 꿈이란 그런 거 같아요. 꿈은 바뀔 수도 있고, 간직할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죠. 많은 분들께 그냥 행복하시면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Q. 얼마 전까지 연극 <운빨로맨스>에서 한량하 역으로 활약하셨죠. 작품과 캐릭터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신다면?
A. 연극 <운빨로맨스>는 점(미신)에 빠져 사는 운명론자 점보늬가 운명을 이겨내고 행복을 찾아나서는 이야기로, 저는 극 중 미신보단 사랑과 사람을 좋아하는 ‘한량하‘ 와 멀티남을 맡아서 공연 했어요.
Q. 연극 활동을 꾸준하게 하고 계시는데, 연극만의 매력이 있을까요?
A. ‘생동감’이 제일 매력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미디어는 편집 기술이 많이 들어가서 배우의 리얼 연기를 보여주는 것에 제약이 있지만, 연극은 자신의 기량을 맘껏 뽐낼 수 있기에, 관객과 배우 모두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관객과 함께 주고 받는 호흡을 무시할 수 없죠. 그게 제일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Q. 그 생동감이 넘치는 무대에서, 돌발 상황 같은 에피소드들도 있었을 것 같아요.
A. 하하. 맞아요. 얼마 전에도 그런 에피소드가 있었는데요, 무대 장치 중 미닫이 문이 하나 있었어요. 거기를 지나가면 다른 공간과 상황이 되는 연출인데, 남자 주인공이 그 문을 너무 세게 닫는 바람에 문고리가 떨어진거죠. 그 다음 장이 제가 그 문을 열고 나가야하는 장면이었는데, 나름 굉장히 진지한 장면이었거든요. 근데 저는 그걸 모르고 ‘관객들이 왜 웃지?’ 하고 어리둥절하며 심각한 상황에 맞추어 연기를 하며 나갔어요. 그런데 문고리가 떨어져 있더라구요. 조금 당황하긴 했는데, 그 순간 ‘이거 뭐야?’ 하고 애드립을 쳤죠. 그런데 관객분들이 보시곤 빵 터지시더라구요. 그런 사건 사고가 날 때도 많고 당황할 수 밖에 없지만 나름 유연하게 대처하려고 해요.
Q. 점점 그런 상황에 대한 노하우가 쌓이실 것 같아요.
A. 그렇죠. 아무래도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연기다 보니, 여러 상황이 많이 발생해요. 조금 위급할 땐, 동료 배우들과 무대 뒤에서 ‘나는 이렇게 할 테니 우리 이렇게 하자.’ 라는 약속을 하기도 하죠. 조마조마한 상황들이 있지만, 그렇다고 그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관객분들도 ‘아, 사고구나.’ 느끼시거든요. 최대한 유쾌하게 풀기 위해 함께 노력하죠.
Q. 연극을 시작해보고 싶어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극단은 어떻게 들어가는 지,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막막한 분들에게 팁을 주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평소에도 그런 질문들을 많이 받아요. 후배나 동생들에게. 음, 조금은 추상적이고 직접적인 답변은 아닐 수 있는데요. 극단에 들어가는 것도 물론 좋지만 그 이전에 본인만의 예술적인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어디를 가던 지, 어떤 작품을 만나던 지 그 철학을 관철시키고 인용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생각해요. 자기만의 철학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연기도 자신만의 것으로 표현해 낼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대학 졸업할 때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있어요. 계란으로 바위를 치듯이 무조건 다양한 활동을 해보라고요. 예를 들어, 윤여정 선생님께 연기 레슨을 받았다고 치면 그건 윤여정 것을 습득한 박성원이지. 너의 것이 아니라고 하셨죠. 그 말씀이 굉장히 와 닿았어요. 그래서 제가 시작하는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최소 2년 정도는 무조건 내 것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마구 부딪혀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어디를 가든 지 공부하려는 자세로요.
Q. 연기를 해오시면서 고비는 없었나요?
A. 연기에 대한 자존감이 낮았을 때가 있었어요. ‘왜 이렇게 잘 못하지?’, ‘내가 문제야.’ 등등 저에게서만 문제를 찾고 저를 탓하던 때가 있었어요. 그 때 마침 연기 관련 워크샵에 참가하던 중이었고 담당 선생님께 상담을 요청했죠. 그 선생님께서 그 때 제게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성원씨는 배우를 계속 하셔야 할 것 같아요. 이렇게나 이 일을 사랑하시잖아요.’ 라고요. 사람의 어떤 말들은 마음 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고 하잖아요. 그 때의 그 한 마디가 저를 만들어준 힘이라고 생각해요.
Q. 연기하실 때 캐릭터에 몰입하는 방법이 있나요?
A. 극 이야기의 ‘주제’가 뭔지 항상 생각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배우는 주제를 향해 달려간다.’ 라는 말이 있는데요. 제 배역이 그 ‘주제’에 관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지, 그 주제에 맡게 도달 하는 지, 그 주제 안에서 배역으로서 어떻게 살아있어야 하는 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좋은 작품으로 좋은 이야기를 들려 드리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Q. 연출도 함께 하신다고 들었어요.
A. 올 10월에 연극 연출을 맡아서 공연을 올리게 되었어요. 배우들도 직접 구성하구요. 저는 출연하진 않아요. 왜냐하면 연출 겸 배우를 하면 함께하는 배우분들도 불안해하시거든요. 그 분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면서까지 출연하고 싶지 않았어요. 연출자로서 더 믿음을 주고 싶기도 했고요. 배우로서의 욕심은 이번엔 내려놓고 책임감을 가지고 작품의 항해자가 되어보려고 합니다.
Q. 배우에서 연출자까지. 정말 멋져요. 연출자로서는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셨나요?
A. 지금 제가 맡은 공연이 <#정답을작성해주세요>라는 연극인데요. 제가 글을 쓰고 기획을 해서 2021년도에 한 번 붙고 다른 분이 연출을 맡았었어요. 그런데 그 때 연출을 맡았던 분께서 공연 직전에 코로나에 걸리셨죠. 그 바람에 연출 없이 거의 3주 동안 연습을 했는데, 배우들의 마음도 엉망이 되었죠. 결국 연출이 없는 상태에서 제가 협력 연출을 하게 되었지만 그 응어리가 심각하더라고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배우, 연출진 모두 많은 아쉬움들이 남았었기에 ‘다음 번에는 연출자분이 꼭 있어야겠다.’ 라고 생각했었죠. 그렇게 다른 연출자 분을 모시고 재연을 했는데 그 공연이 또 잘 안 됐어요.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으니 주변 지인이 ‘너의 잘못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맞는 말인 것 같았어요. 그래서 운이 좋게도 삼연을 하게 되어서 이번엔 그런 후회가 없도록 ‘내가 직접 해야겠다.’ 싶어서 하게 되었죠. 아마 연출로는 마지막일 것 같기도 한데 후회없이 최선을 다해서, 원 없이 해보려고요.
Q. 좋아하는 작품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A. K-드라마를 좋아해요. 좋아하는 작품이 많긴 한데, 두 가지를 꼽자면 <괜찮아, 사랑이야>와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좋아해요. <괜찮아, 사랑이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 가족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어서 내 주변 타인들을 돌아볼 계기가 되었고요. 또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지금 청년들이 좇는 것과는 조금 다른 순수한 꿈에 대한 이야기여서 좋아했던 것 같아요. 제가 지금 진로 교육 강사로도 일을 하고 있는데, 중학생들에게 서른살이 되었을 때의 비전에 대해 적어보자고 하면 30명 중 3명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좋은 집에서 살고 싶다.’ 같은 답변이더라고요. 좋은 집에서 살고 싶은 건 당연한 욕구이고 저도 바라는 바이지만, 내가 하고싶은 것에 대한 이야기들이 없어서 안타까웠어요.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순수한 꿈에 대한 열정 이런 것들을 다시 되새겨 줄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해요.
Q.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무엇인가요?
A. 저는 ‘조각’이라는 단어를 굉장히 좋아하는데요. 제가 지난 2022년에 ‘조각’이라는 연극에 출연하기도 했고, 배우는 한 이야기의 주제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이거든요. 그 한 주제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죠. 저 또한 그 작품에 필요한 한 ‘조각’이 되고 싶거든요. ‘세상에 꼭 필요한 이야기에 한 <조각>이 되고 싶다’는 제 가치관을 끝까지 지켜내고 싶어요. 그리고 윤여정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사치를 부리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 사치는 돈과 상관 없이 작품을 고를 수 있는 사치.’ 저는 이 말을 굉장히 좋아해요. 저는 우리나라 예술계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파급 효과가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Q. 자신을 향으로 표현한다면?
A. ‘달달한 향’이요. 달콤한 향을 맡으면 기분이 좋아지잖아요. 제 연기를 보신 많은 분들이 행복 에너지가 느껴졌다고 말씀해주셔서 그런 기분 좋은 사람이고 싶어요. 아직은 실수도 많고 어리숙하지만 경험이 켜켜이 쌓여서 나이가 들어도 삶의 지혜를 가득 지닌, 이야기를 나누면 행복한 그런 달달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Q. 또 다른,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나요?
A. 제 영화를 찍어보고 싶어요. 지금 사실 써 놓은 게 두 가지가 있어요. 그 중 하나는 고등학생 두 명이 주인공인데, 열정으로 무작정 꿈을 쫓는 친구와 너무나도 큰 재능이 있지만 어떠한 벽에 가로 막혀서 꿈보다는 현실을 택하는 친구가 만나면서 벌어지는 청춘물인데요. 어떻게든 내년에는 제작을 해보려고 목표를 세우고 있어요. 저도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보니 제 삶이 투영된, 꿈에 관한 이야기를 제일 잘 그려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아직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저이지만 꿈이 직업으로 변했고, 아직도 꿈을 꾸고 있기에 그런 이야기들을 잘 담아보고 싶네요. 결국 꿈이란 그런 거 같아요. 꿈은 바뀔 수도 있고, 간직할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죠. 많은 분들께 그냥 행복하시면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